위산 억제제 PPI, 몸속 다른 단백질에도 영향 줄까?
위산을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다. 흔히 위장 질환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이 약물은 위산 분비 세포에서 활성화되어 위산 생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독일 암 연구 센터(DKFZ) 연구진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위산이 없어도 체내의 특정 단백질이 PPI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PPI의 기존 부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PPI,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대표 치료제
위산 분비가 과도하면 속쓰림은 물론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의사들은 종종 판토프라졸, 오메프라졸, 라베프라졸과 같은 PPI를 처방한다.
이 약물은 위벽의 벽세포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효소인 프로톤 펌프에 결합해 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위산 생성을 억제한다.
PPI는 체내에서 바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위산의 주요 성분인 양성자(프로톤)에 의해 화학 반응을 거쳐 활성화된다.
이는 PPI가 주로 위 내부에서만 작용하도록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다른 기관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장기 복용 시 예기치 못한 영향 가능성
PPI는 단기간 복용할 경우 비교적 안전하지만, 장기 복용 시 심장병, 뇌졸중, 치매, 감염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한 가운데, PPI가 위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독일 연구팀은 ‘클릭 화학’ 기술을 활용해 인체 세포에서 PPI 중 하나인 라베프라졸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실험은 중성 pH 환경에서 진행되었는데, 연구진은 뜻밖의 결과를 목격했다.
라베프라졸이 위산이 없는 세포 내부에서도 활성화되었으며, 다양한 단백질과 결합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연 결합 단백질이 PPI 활성화 유도
추가 분석 결과, PPI가 결합한 단백질들은 모두 아연이 결합된 단백질이었다. 연구진은 아연이 PPI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했다.
실험 결과, 아연 결합 단백질이 PPI와 화학 결합을 형성해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확인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활성화된 PPI가 매우 반응성이 높아져 대상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영향받은 단백질 중 일부는 면역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PPI가 단순한 위산 억제 기능을 넘어 면역반응 등 신체의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연구 통해 부작용 원인 밝혀질까?
이번 연구는 PPI가 위장에서만 활성화된다는 기존의 정설을 뒤집는 중요한 발견이다. 특히 장기 복용 시 보고된 부작용이 이 새로운 활성화 메커니즘과 연관이 있는지를 밝힐 필요성이 커졌다.
연구진은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이 활성화 과정이 실제 인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PPI는 여전히 위산 과다로 인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약물이다. 다만, 장기 복용이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복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PPI의 안전한 사용 방법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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